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.
비는 벌써 사흘째 계속 내리고 있다.
단조롭고 개성이 없고
참을성이 많은 비다.

비는 내가 여기에 도착하자마자 거의 동시에 내리기 시작했다.
밤에 잠을 잘때도 비는 계속 내렸다.
단 한번도 멈추지 않고 사흘 동안 계속되었다.
아니,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.
실제로 몇 차례씩이나 멈추었을지도 모른다.
그러나 설사 비가 그쳤었다고 하더라도,
그것은 내가 잠을 자거나
시선을 옮기거나 하는 동안의 일이었다.
잠에서 깨보면 언제나 비가 내리고 있었다.

가끔 비는 내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.
오랫동안 비를 보고 있으면, 비 쪽이 현실인지,
내 쪽이 현실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다.
비에는 그러한 작용이 있다.
그리고 때때로 양쪽 모두가 그 나름대로의 현실성을 주장한다.

즉, 비를 중심으로 해서 의식이 회전하는 동시에,
의식을 중심으로 해서 비가 회전하는
-무척 막연한 표현이기는 하지만-
것처럼 말이다.
그럴 때 내 머리는 더욱 더 심한 혼란에 빠진다.



 

 새벽 빗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
 비는 끊이지 않고 하루종일 내리고 있었다.
내리는 비를 보며
오늘 하루는 춥겠구나 생각하는것도 잠시..
하루키의 단편집을 꺼내 들었다.


때 마침
하루키의 작품 속에서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.
왠지 모르게 지금 내리고 있는 비와 흡사한 느낌에 묘한 기분이 들었다.


 

Posted by ლ(╹◡╹ლ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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